모두, 읽고 있습니까?

아이패드, 읽기의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오다. 

 

지난 몇 주 동안 아이패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몇 가지 놀라운 일들을 경험했다. 그저 몸집이 큰, 생각보다 무거운 아이폰쯤으로 여겼던 지난날의 잘못을 딛고 고백하건대, 지금 가장 탐나는 하드웨어는 아이패드이다.

에디터  이안나

 

다시 말하지만 아이폰이 갑갑한 화면의 아이패드가 아니듯, 아이패드는 그저 커다란 아이폰이 아니다. 아이패드의 핵심은 화면의 크기에 있다. 아이패드를 두고 휴대할 수 있는 컴퓨터라고 부르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읽기’의 측면에서는 노트북 보다 아이패드가 한 수 위다. 그렇다면 아이패드로 인한 읽기의 패러다임의 변화는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처음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소개할 당시만 해도, 포털사이트에는 이런 질문이 많이 올라왔었다. ‘아이패드와 아마존 킨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전자책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둘의 공톰점이라면, 차이점은 사용자가 읽기에 참여할 수 있는가, 없는가 이다. 당연한 말로, 이전까지의 사용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겨가며 출판물을 읽었다. 책장을 넘기거나 고작해야 밑줄을 긋는 것 정도가 읽는 행위에 참여한다고 말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다르다. 잡지를 예로 들어 보자면, 아이패드는 보는 방향에 따라서 여러 개의 접지를 갖게 된다. 이는 패드를 어떻게 집어 드느냐에 따라서 두 페이지를 한꺼번에 보거나 한 페이지씩 따로 떼어서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아이패드를 톡톡 두드리는 것만으로 화면상에서 확대, 축소가 가능해 직관적인 디자인이 주는 읽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래서일까? 국내외 주간지와 잡지사 등이 서둘러 아이패드를 위한 어플을 준비 중이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는 정보를 새로운 하드웨어에서 그대로 보는 것이 과연 얼마나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은 역시 디자인과 어플이다. 홈페이지나 잡지에서 볼 수 있는 기사를 아이패드 화면사이즈에 맞춰 그저 축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독성을 고려해 레이아웃과 서체를 리디자인하고, 동영상과 갤러리, 링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아날로그의 반대어로 디지털을 꼽는 단순한 사고방식은 이제 접어둘 때가 되었다. 지금 우리는 빳빳한 종이를 넘기며 ‘읽는’ 기사와 아이패드 화면을 손끝으로 밀어가며 ‘보는’ 기사가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패드에 의한, 아이패드를 위한 디자인

 

 

WIRED

<와이어드>의 아이패드용 어플은 디지털 시대, 사용자가 원하는 읽기의 경험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4.99달러라는, 아이패드 어플 치고는 꽤 높은 가격에도 이미 인쇄 잡지의 매출을 넘어선 점도 그 반증이다. 전통적인 종이잡지에 익숙한 세대가 기사에서 단순히 정보만을 얻어내는 것에 그쳤다면,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지금 세대는 서사의 중심에서 기사를 읽고 이해하며 능동적인 독자가 되기를 원한다. 마치 이야기를 만들어 가듯이, 사용자는 버튼을 눌러가며 내용을 전개해나갈 수 있고 기사와 연관되는 동영상도 즐기며 폭넓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읽기와 이해의 속도에 맞춰서 사용자가 직접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형식이다.

 

 

 

COLORS

<컬러스>어플의 첫 화면은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나온 잡지들을 일렬로 늘어놓은 사진이다. 그리고 이들은 인쇄 잡지 말고 또 다른 아이패드용 잡지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성으로 어플을 선보이고 있다. <뉴요커>나 <타임즈>에 비해 글의 양이 적고, 뉴스보다는 이슈에 가까운 내용을 다루는 만큼 그들은 자기 스스로 알맞은 어플의 형식을 찾은 것이다. 어플의 키워드는 큰 사진, 적은 텍스트, 비정상적인 주제, 스타일로써, 비슷한 잡지 어플로 <라이프>가 있다.

 

 

NEW YORKER

마치 모든 사람이 아이패드로 잡지를 읽기 원하는 것처럼, <뉴요커>의 어플은 편집디자인의 본바탕을 지키고 있다. 어떤 어플을 내려 받으면 ‘차 떼고 포 떼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뉴요커>는 황량하게 보이지 않을 만큼의 보기 좋은 여백과 읽기 편한 크기의 폰트를 지니고 있다. 특히 자체 폰트를 사용해, 화면에서 기사를 읽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 한편, 데이비드 호크니가 만든 저속 촬영 비디오나 아이패드 어플인 브러쉬로 그려진 그림, 배우 제이슨 슈왈츠먼이 출연한 천연덕스러운 홍보영상도 볼 수 있다. 막강한 콘텐츠와 아이패드에서 구현되는 툴을 잘 활용한 <뉴요커>의 어플은 정보 전달에만 국한되었던 인쇄 잡지의 가까운 미래라고 볼 수 있다.

 

 

g:

앞서의 해외 어플들과는 달리 지금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진 아이패드용 잡지 어플을 살펴보면, 기존의 잡지를 화면에 맞게 축소해서 보여주는 형식이었다. 스캔을 받거나 PDF로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져보면 아이폰으로 보는 어플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지콜론>에서 출시하는 어플은 <지콜론>의 편집디자이너가 아이패드를 위해 본래의 잡지 디자인을 아이패드 판형에 맞게 새로 했다. 그리고 아이패드 화면의 가로, 세로 비율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스크롤 위치와 동영상 서비스 등 읽기 방식 등을 바꾸었다. 어플의 발행일은 매달 20일 경으로 사용자는 기사를 읽으면서 동시에 동영상, 모션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양한 어플을 감상할 수 있다. 어플에 디자인이 스며들었을 때 사용자가 콘텐츠를 읽는 방식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 지 알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