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 모텔에 도착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뮤지션에게 음반디자인은 어떤 걸까. 2집 앨범 준비에 한창인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를 만나 직접 물었다. 에디터 이상현

2009년 초에는 나오리라 짐작했던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의 2집 앨범은 두 해가 훌쩍 지났는데도 감감 무소식이었다. 뜻밖에 기적적으로 성사된 이번 구남과의 인터뷰는, 그러니까 그들의 2집 앨범 발매가 목전을 앞둔 상황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터뷰가 있던 당일, 조웅과 임병학은 서해로 앨범 커버 촬영을 다녀왔다고 했다.

이번 2집 앨범의 타이틀은 ≪우정모텔≫이다. 말하자면, 샤워 가운을 입은 조웅과 침대에 다소곳이(?) 누워 있는 임병학이 찍힌 사진 속 공간이 가상의 ‘우정모텔’인 셈. 서해 앞 바다에서 하루 종일 하릴없이 뒹굴었던 두 청년이 숙소로 돌아와 심심한 휴식을 갖는다,가 구남이 생각하는 간략한 앨범 커버 사진의 스토리다. 거창하게 혹은 쓸데 없이 ‘콘셉트’라는 말을 쓰진 않는다. “(사진을 찍은 윤재원 작가에게)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2장의 사진이 필요하다. 앨범 타이틀이 ≪우정모텔≫이다. 경험 상 아침에 모텔 창문으로 빛이 들어오는 느낌이 되게 좋더라. 그런 느낌을 살렸으면 좋겠다.”

구남은 여느 뮤지션처럼 음반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다고 어줍잖게 그림을 그리고, 손 글씨로 낙서를 하고, 폴라로이드로 하늘 구름이나 주구장창 찍어대고, 그걸 부끄러운지도 모른 채 음반 디자인에 담는 부류는 아니다. “소스 만들어 오고, 그걸 디자이너에게 전달하면서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정도. “앨범을 만드는 과정이 지치고 피곤하기 때문에 디자인은 다른 사람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조금 더 기운을 내서 내가 원하는 느낌, 무드, 모습까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하는 거다.” 구남이 굳이 음반 디자인에 참여하는 이유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정확하고 싶어서”다. 예를 들어 “도시의 생활 지겨울 만큼 하고 있고 시커먼 공기도 마실 만큼 마셨고 가지가지 사람 구경도 해봤고 파란 밤거리 스쿠터 드라이브는 여전하지만 도시에서만 살기는 젊음이 아깝잖아(1집 ‘도시생활’ 중에서)” 같은 멋진 가사와 1집 앨범에 실린 평범한 농촌 사진들의 조합은 구남이 머리 속으로 그린 1집 음악의 ‘모습’을 솔직하고도 간결하게 보여준다.

“분위기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분위기이고 어떤 표정일지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들. 물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가능한 일은 아닐 거다. 그렇지만 내가 만든 내용과 그걸 아우르는 느낌이 원하는 대로 전달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예를 들면 책을 봐도 디자인 때문에 내용이 기억되는 것처럼. 그게 그리 간단한 문제라는 아니라는 생각이 있는가 보다, 우리에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흔히 ‘홍대 앞 인디 뮤지션’이라고 불리는 밴드들의 음반디자인이 미국 것, 유럽 것, 일본 것을 따라 하기 급급 하는 와중에, 구남이 저렇게 태연하게도 앨범 커버에 어느 축가의 소가 혀를 낼름거리는 사진을 넣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럴 듯 해 보이고 싶은 욕심이 아니라 “그저 멋지길 바라”는 마음. “그 멋지다가 어떤 건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관건인 것 같다.” 그리고 그건 구남의 음악이기도 하다. 80, 90년대 가요를 연상시키는 어떤 촌스러움, 그러면서도 관능적이고 세련된 한국적 음악. 이번 2집 앨범 역시 구남은 딱히 특정 장르를 표방할 생각이 없다. 혹시 앨범 커버가 힌트가 되지 않을까. “2집 앨범 커버는 그냥 포장지 같은 느낌, 그냥 문 같은 느낌 정도가 아닐까 싶다. 분위기 좋은 곳에 그냥 들어간다는 느낌 정도였으면 좋겠다.” 임병학의 말이다.

아마도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위 사진들은 이번 ≪우정모텔≫의 커버로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구남의 의견이 끝까지 관철된다면, 우정모텔이라는 글자는 금색일 것이고 부클릿도 낱장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디자인은 기대하지 말라는 말. 대신 이토록 멋지겠다는 말. 그들의 음악이 ‘지금’ 간절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