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신사를 위한

Maison Plié 패션디자이너 현상

 

“정성스럽게 잘 만들어진 옷 한 벌에는 분명 입는 사람에게 전해지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옷을 잘 만드는 패션디자이너 현상이 말했다.

에디터 유인경

 

사람은 옷을 만들지만 옷이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은 여자와 군더더기 없이 매끈하게 떨어지는 H라인 스커트에 힐을 신은 여인의 애티튜드가 같을 순 없듯이. ‘패션’을 말하며 ‘옷’ 너머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이다. 재단이 완벽하고 색상이 고상하며 자신의 몸에 잘 맞는 수트를 입은 남자에게선, 단순히 ‘옷을 잘 입는다’라는 감탄을 넘어선 어떤 철학마저 느낄 수 있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소신 있는 패션관을 가진 사람은 일상에서도 자기애와 자존감이 강한 사람일 것이라는 예상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 현상은 그렇게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혹은 외모가 훌륭하거나 아니거나,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는 남성’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만든다. 83년생인 그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으나 군 제대 후 패션디자인으로 전공을 바꾸고 패션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에스모드 서울’을 졸업하고 디자이너 서상영의 어시스턴트 디자이너로 일하며 이론과 실전 경험을 쌓은 후 2009년 남성복 브랜드 ‘메종 플리에(MaisonPlié)’를 론칭했다. '플리에(Plié)’는 꼿꼿한 자세로 두 무릎을 굽히는, 발레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동작을 지칭한다. 발레에서 플리에라는 기본적인 동작을 확실히 익혀두지 않으면 훌륭한 무용수가 될 수 없듯이, 패션 역시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브랜드명이다. 플리에의 남성복은 한창 젊고 세련된 남성들에게 말끔하게 잘 어울릴 만큼 모던한 디자인에 슬림한 핏을 지니면서도 한편 으론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수트에서 느껴지는 우아함 또한 지니고 있다. 그 ‘비결’은 다음과 같은 그의 말에서 일부분 찾을 수 있다. “저는 화려함 보다는 담백함을, 섹시함 보다는 순수함을 추구해요. 그리고 보여지는 데에만 치중한 얄팍한 디테일보다는 조금 더 실용적이고 섬세한 부분에 중점을 둡니다.” 그는 디자인하기 전에 먼저 아이템의 목적과 의도를 정확히 파악한다. 원단과 부자재, 실의 두께 및 스티치의 간격, 안감의 모양과 포켓의 위치 등 세세하면서도 중요한 일련의 과정들에 남다른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물론이다. 그는 특히 실루엣과 컬러, 원단의 조합에 많은 신경을 쓰는데, 거기서 바로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남성복 ‘플리에’만의 개성과 정체성이 드러난다.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중요한 자리에서 찾게 되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면접을 볼 때, 어른에게 인사를 드릴 때, 데이트를 할 때와 같이 긴장되는 순간에 좋은 인상과 자신감을 줄 수 있는, 힘이 되는 옷이요.”

 

그는 또 말한다. “저는 신사를 좋아해요. 요즘 같은 시대엔 미련하다고 혹은 고지식하다고 핀잔을 받을 만큼 예의와 격식을 갖춘 신사요. 가식이 아닌 진심으로 말이에요. 물론 그 신사라는 것이 재미없는 따분한 남자를 말하는건 절대 아닙니다. 위트 없는 신사는 상상하기도 싫어요.” 클래식하고 위트 있는 신사를 위한 옷을 만드는 그는 앞으로 옷을 배울 수 있는 보육시설을 만드는 것 이 꿈이라고 덧붙인다. “옷을 배우고 공부하는 건 꽤 많은 돈이 듭니다. 재능 있고 열정이 있어도 이런저런 이유로 꿈조차 꾸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신사의 조건은 역시,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사려 깊은 ‘배려’에 있음을 실감한다. 이 신사가 만드는 남성복은 분명 멋진 신사를 위한 것이다. www.maisonpli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