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 Progress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는 현대 미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판화를 통해 자신의 문학적 관심을 드러낸 그의 삽화 포트폴리오 전시가 드디어 한국에서도 열린다. 에디터 박현진

 

 Illustrations for s Fairy Tales from the Brothers Grimm_A

 A Rake’s progress_The drinking scene, 1961/63

The blue guitar_Discord merely magnifies, 1977

 

 

데이비드 호크니: 네 개의 판화 포트폴리오 1961-1977 전

영국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국내 첫 개인전이 오는 11월 27일까지 서울대학교 미술관 1갤러리에서 열린다. 영국문화원과 공동 주최로 열린 이번 전시는 호크니의 초기 작품에서 드러난 문학적 취향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1961년에서 1977년 사이에 제작된 4개의 주요 판화모음집인 <탕아의 행적 A Rake’s Progress>, <콘스탄틴 카바피의 14개의 시를 위한 삽화 Illustrations for 14 Poems by C.P. Cavafy>, <그림 형제의 여섯 편의 동화를 위한 삽화 Illustrations for Six Fairtales from the Brothers Grimm>, 그리고 <푸른 기타 The Blue Guitar>에 실린 87점의 작품들이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작품 활동을 해온 호크니의 작품 세계의 기원을 발견해 가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널리 알려진 회화 작업인 ‘수영장 시리즈’나 사진 작업에 비해 국내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던 초기 판화 작업을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호크니의 초기작품에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것은 문학작품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독서를 즐겨온 그는 왕립미술학교 동료였던 키타이(R.B.Kitai)와 함께 문학적인 관심을 나누며 그것을 회화의 주제로 삼기 시작했다.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등 미국의 추상주의 회화의 경향이 대세이던 시절 그는 오히려 동판화의 섬세하고 구상적인 작품들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 간다. 또, 시나 신문, 낙서들에서 가져온 구절을 그림과 함께 삽입하며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자신만의 발상 도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전시 서문을 쓴 리처드 라일리(Richard Riely)는 전시 작품들에 대해, 호크니 자신은 판화작업을 일삼는 화가일 뿐이라 자신을 낮췄을 지라도, “이 시기에 제작된 판화들은 호크니가 20세기 후반의 판화에 진정으로 의미 있는 기여를 한 몇 안 되는 중요 작가 중 한 명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고 평가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며 형식적 실험을 이어가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중요한 족적을 더듬어 보며, 다른 작품들의 맥락은 물론 그의 문학적 취향을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물론 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섬세하고 감각적인 판화 작품들에 감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