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에 관한 단상


시적인 순간은 자연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찾아오곤 한다.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그러나 거창하지 않게. 매일 되풀이되나 항상 경이로운 노을의 순간처럼.
데이비드 와이즈먼은 기술과 장인정신으로 이 시적인 순간을 조각하고 시간 속에
저장한다. 그의 작업은 놀랍지만, 어쩌면 우리가 책 속에 말려둔 단풍잎의 연장선
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

에디터 박선주, 사진제공 갤러리서미

나뭇가지는 아름답다. 나뭇가지를 줄기차게 상고한 사람은 느끼고야 말 수 밖에
없는 성격의 아름다움이 있다. 그 견고하고 겸손한 아름다움은 다른 모든 자연물
에서와 같이 질서와 무질서 사이의 균형점에 존재한다. 가지들이 자라나는 구조는
하나의 법칙에 기인한 것임에도 서로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인류가 만들어 낸
예술품들이 이 나뭇가지 하나의 가난한 아름다움을 능가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 데이비드 와이즈먼이 살고 있던 로스앤젤레스에 커다란 폭
풍이 있었다. 폭풍우에 오크나무 한 그루가 그의 집 쪽으로 쓰러졌다. 그때 그는
가지 표면의 아름다운 질감과 나무의 흐르는 듯한 형태에 깊이 감명받아 그 나무
를 스튜디오로 가져와 청동으로 주물을 떴다. 그의 표현 그대로를 빌자면, ‘그가
가장 좋아한 순간’을 청동 주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나뭇가지에는 자기로 된 매
화나 목련이 피어있다. 서로 다른 생물 종들에서 각각의 요소를 따와 그만의 이상
적인 가지를 만든 것이다.
“나의 작업은 자연을 관찰하고, 전통적인 기술과 장인정신을 통해 그것에 참여하
는 것입니다. 나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시적인 순간을 강조하고 기리는 작품을 만
듭니다.” 그 시적인 순간을 담아내기 위해, 그의 작업은 도자기나 금속, 크리스털
같이 섬세한 재료를 사용한 수작업으로 이루어진다. 이 작업은 재료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전통적인 제작 기술에 관한 연구와 실험을 동반한다. 18세기의 공예품으
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 이 젊은 작가에게 물리적 기술들뿐 아니라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감각 역시 요구되었음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의 작업은 평면 위의 오브제에 머무르지 않고 벽을 타고 넘으며 공간 속으로 파
고든다. 또 단독으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꼴라주처럼 모여 아름다운 충돌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재료도 주제도 한데 섞인다. 조명과 장식품들이 어우러진 샹들리에
설치 작업을 언급하며 그는 말했다. “참 네클리스처럼, 마치 집을 위한 주얼리처
럼, 서로 다른 요소들을 한 설치 작업 안에 담아내는 실험을 합니다.”
동양예술 애호가였던 아버지처럼, 그 역시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결국에 찾게 되
는 구역은 아시아 쪽이었다고 한다. 그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상징
과 함축을 통해 그 아름다움의 본질을 잡아내려는 시도를 동양예술에서 보았다.
인간적인 방식으로 자연 세계와 공명하는 미학을 발견한 것이다. 데이비드 와이즈
먼의 작품들 역시, 18세기와 현대, 공예와 디자인, 동양과 서양, 자연미와 인공미
사이의 묘한 지점에서 자연 세계와 공명하고 있다. 데이비드 와이즈먼과 제프 짐
머만의 공동전시 <OBJET D’ART –Ⅱ>는 갤러리서미에서 12월 1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