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디자인,삶에 관한 이야기

예술가로 사는 것, 예술하며 사는 것의 어려움, 그러나 예술하며 예술가로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일상에서 디자인을 보는, 소소할지도 위대할지도 모를 여행 이야기를 전한다. 디자이너,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두 가지 위로, 조언이 되길 바라며.

에디터 유인경

 

『미대 나와서 무얼 할까 2』

책 제목을 보자마자 미대를 나온 지인이 말했다. “만약 미대를 가기 전이라면 가지 말라고 할거야.” 일단 미대를 갔다면, 가려 한다면 이 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 해 미술대학 졸업생 가운데 자신의 전공을 살려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과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일은 불가능한 걸까? 이 책은 이런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미대를 나온 저자는 패션디자이너 우영미, 시각디자이너 박금준, 무대디자이너 유재헌, 미술작품보존전문가 김겸, 영화미술감독 신보경, 동양화가 최영걸, 애니메이션제작자 김일호 등 순수예술에서 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미대를 나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의 직업을 소개하며 대표 아티스트를 만났다. 인터뷰 내용은 ‘예술로 먹고 사는 법’에 집중되어 있다. 단도직입적인 질문과 가감 없는 답변이 미대 지망생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법하다. 이 책은 예술이라는 환상을 현실로 끌어내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나 결국 예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직업’인지를 말하려는 듯 보인다. 예술을 하면 십중팔구 배가 고플 테니 다른 길을 선택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여린 심정, 혹은 열정 부족의 젊은이들은 이 책 속에 담긴 선배들의 이야기를 실마리로, 보다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 예술은 그 모든 비현실적인 난점들을 극복한, 비현실적인 사람들, 즉 예술가들만이 할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하며.

 

『런던 디자인 산책』

“런던 디자인의 역사?”

길고 꼬불거려 잘 넘어가지도 않는 머리를 자꾸만 쓸어 넘기며 조던이 말을 내뱉았다.“박물관을 간다고? 그냥 길거리로 내보내. 그 자체가 런던의 디자인 역사야. 봐, 지금 밟고 서 있는 이 건물! 건립시기가 언제인지 아니? 런던이 한 해에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예산을 쓰고 있는지 아냐고. 거리만 걸으면 몇 백 년 된 집들과 건축물들은 흔히 볼 수 있어. 런던의 디자인을 이러쿵저러쿵 설명하는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저자 김지원은 책 속에서 이 같은 런더너의 냉소적인 말에 ‘나름 일리 있는 말’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 말은 일리 이상의 타당성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국이라는 국가가 가진 아이덴티티가 집약된 런던에서는 굳이 ‘런던 디자인’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 런던의 일상 속에 자연스레 스며있는 디자인 요소들을 지혜롭게 찾아내어 보기 좋게 보여주고 친절하게 설명하며 그 사실을 증명한다. 런던이라는 매력적인 도시에서 디자인은 어떻게 살아 숨쉬고 있는지, 그들이 먹고 마시는 것, 입고 타는 것, 거리에 그저 놓여있는 것들을 보여주며 독자들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그것들을 즐기는 동안,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런던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이 얼마나 놀랍도록 런던스러운지 자연스레 깨닫게 한다. 런던에서 사람들은 길을 걸으며 어디에서나 디자인을 들이쉬고 내쉰다. 그러나 런던의 거리에만 디자인이 살아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런던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한편으론 런던이나 서울이나 그 어디에서나 결국 디자인을 발견하고 느끼는 것은 보는 사람의 몫이라는 또 다른 진리를 깨닫게 하기에더욱 의미 있다.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디자이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마음 깊이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