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조명의

경계

 

 

햇빛은 그것이 없으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없을 만큼 필수적 이나, 존재감에 있어서는 공기의

경우처럼 미미할 때가 있다. 하루 중 그 존재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날 때가 바로 노을 이 질 때가

아닐까 싶다. 노을의 붉은색을 보면서 우리는 비로소, 존재했던 햇빛이 저물어 가는 걸 본다.

<모닝글로리Morning Glory>는 여느 인공조명이지만, 햇빛의 기척을 가지고 있다. 태양빛을

대체하는 수많은 인공조명들로 가득한 현대 환경이 우리의 생체리듬을 방해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이 조명은 햇빛에 반응하는 센서를 가지고 있어 자체적으로 작동한다.

낮 동안에 이 꽃 모양의 조명은 햇빛이 들어오게끔 몸을 움츠리고 있다가 해가 지면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불이 들어 온다.

 

 

 

이 인공조명은 단순하고 우아한 방식으로, 우리 곁의 경 이를 환기한다. 생각해 보면 해가 뜨는 것에

맞춰 일어나서 하루를 살고, 다시 해가 져서 어둠 속에 안식할 수 있다는, 매일의 사이클은 얼마나

경이로운가. <모닝글로리>를 모듈로 하는 <더치라이트Dutch Light>는 공공장소를 위해 디자인된 것으로,

바깥의 날씨에 반응하며 외부와 내부 사이에 연결 고리를 만들고 무채색의 공간에 영혼을 부여한다.

<더치라이트>를 구성하고 있는 마흔두 개의 <모닝글로리> 각각에는 여섯 개의 발광 다이오드가

부착되어 있다. 지붕에 설치된 센서가 외부 빛의 강도를 감지하며, 그 강도에 반비례하여 다이오드의

강도가 조절된다. 이를 테면, 해가 진 후의 조명이 가장 빛나는 것이다. 구름이라도 지나가게 되면,

그 구름이 <더치라이트>에 투영되어 다이오드가 켜고 꺼지며 유기적인 패턴을 만들어 내게 된다.

스스로를 주장하지 않는 이 겸손한 조명은 기존의 조명이 가진 역할을 넘어, 잊고 있던 아름다운 것들을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

 

 

 

스튜디오WM Studio WM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위치한 디자인스튜디오. 1984년생의 두 젊은 디자이너 웬디 레그로Wendy Legro와

마르턴 콜리뇽Maarten Collignon이 2009년 아인트호벤디자인아카데미를 졸업하며 함께 설립하였다.

가구, 조명, 인테리어디자인 분야에서 개인 작업 및 다른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튜디오WM의 목표는 기능성과 심미적인 형태를 융합하는 것이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동식물과 같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며, 디자인에 생명을 가져오는 모든 디테일에 집중하고자 한다.

www.studiow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