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
야매 편의점 평론가의 편슐랭 가이드



글. 채다인
그림. 윤다솜
정리. 이가람





편의점 푸드의 원조, 삼각김밥


요즘엔 도시락의 인기에 살짝 밀린 느낌도 있지만 편의점을 대표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삼각김밥을 떠올리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삼각김밥이 등장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당시 일본 편의점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었던

오니기리를 벤치마킹해서 팔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편의점의 점포 수도 적었고

삼각김밥 가격도 900원~1,000원으로 당시의 물가를 고려하면 비싼 편이었기 때문에 판매량이 많지 않았다.

500원이면 동네 분식점에서 떡볶이 한 접시를 먹을 수 있었으니, 그때는 꽤 고급스러운 주전부리였던 것이다.


‘편의점=삼각김밥’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초반이다.

2001년 세븐일레븐이 삼각김밥의 가격을 700원으로 내리고 편의점 최초로 TV 광고를 하면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 먹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삼각김밥이 컵라면의 판매를 넘어선 것도 이때쯤이다.

삼각김밥의 열기는 2002년에 피크를 이루었다. 한일 월드컵이 열리고 거리 응원 행렬이 늘어나면서

손에 쥐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삼각김밥을 많은 사람이 즐긴 것이다. 당시 월드컵 응원의 메카였던

서울 시청 광장 근처의 편의점의 경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삼각김밥을 4~5천 개는 팔았다고 하니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 이후로 편의점마다 다양한 삼각김밥을 개발하였고,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종류의 삼각김밥들이 편의점에서 판매되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제일 잘 팔리는 상품들은 정해져 있다. 오랜 시간 우리에게 사랑 받아온 삼각김밥은 무엇일까?







기본이 최고, 스테디셀러 삼각김밥


참치마요삼각김밥

삼각김밥이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있던 장수 상품으로 당시 일본에서 제일 잘 팔리던 삼각김밥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참치의 고소한 맛과 마요네즈의 부드러운 맛이 밥과 묘하게 잘 어울린다. 한국에 처음 판매되었을 때는

마요네즈의 느끼한 이미지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고 한다.

기름진 편이라 함께 먹는 컵라면으로는 얼큰한 국물 라면이 잘 어울린다.


전주비빔삼각김밥
참치마요가 일본에서 건너온 외래종이라면 전주비빔삼각김밥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토종 삼각김밥이다.

고추장 양념에 비빈 매콤한 밥과 고명으로 들어간 불고기와 나물의 맛이 영락없는 전주비빔밥이다.

매운 음식을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을 저격한다. 육개장사발면도 클래식 조합으로 좋고,

우동 같은 깔끔한 맛의 국물 라면도 어울린다.


소고기고추장삼각김밥
전주비빔삼각김밥과 마찬가지로 매운맛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삼각김밥.

고추장에 다진 소고기를 넣어 매콤하게 볶아냈다. 매콤달콤한 고추장과 가끔 씹히는 소고기의 조합이 밥과 잘 어울린다.

어울리는 컵라면은 전주비빔삼각김밥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맛의 국물 라면이 좋다.

맑고 순한 국물이 고추장 양념으로 매워진 입 안을 다스려준다.



※ 위 글은 『오늘도 편의점을 털었습니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글 전문은 책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채다인
도시락과 삼각김밥 애호가이자 편의점 전문 리뷰어. 여태까지 먹은 삼각김밥이 900여 개이다.
솔직하고 구체적인 품평기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시절 겪은 에피소드를 2004년부터 블로그에 연재하며
타칭 ‘편의점 평론가’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쓴 책으로 『편의점 요리 120』, 『나는 편의점에 탐닉한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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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윤다솜 (instagram @dasomyu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