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늘었어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잠자리 환경을 바꿔보라는 얘길
들어봤을 거다. 파도가 부서지는 이불이나 낯선 행성이 떠다니는
베개라면, 기꺼이 꿈속으로 빠져들 수 있지 않을까.  에디터 이상현

 

침대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계절이다. 예리하게 날을 세운 날씨는 창 밖의
일일 뿐,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면 ‘그것만이 내 세상’. 침대에선 온갖 짓을
한다. 모로 누워서 리모콘을 까딱거리다가 엎어져서 책을 펼치기도 하고, 귤을
까먹다가 시트에 노란 물을 들이는가 하면, 갑자기 팔 굽혀 펴기를 하기도 한다.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까무룩 잠에 들었다가 깨길 반복하면 평화롭게 하루가
다 간다. 그런데 한밤중에 잠에서 깼을 때가 문제다. 혼자 눕는 침대는 너무
소적하니까. 그런 기분이 들 땐, 습관처럼 침구를 바꾸기로 결심한다. 영화
<수면의 과학>의 주인공 ‘스테판’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골랐을 이 침구 세트는,
스코그(SKOG)라는 생소한 라벨을 달고 지난 달 출시되었다. 네덜란드 드로흐
디자인에서 만들었을 법한 기발한 상상력은 의외로(?) 한국 젊은 디자이너들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스쿨에서 남성복을 공부한
‘윤수진’과 건국대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타조’, 패션을 사랑하는 두 여인이
직접 덮고 베고 싶은 재미있는 침구를 만들겠다는 솔직한 바람을 담은 리빙,
패브릭 전문 브랜드다. 노르웨이어로 ‘숲’을 뜻하는 스코그의 제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들판, 파도 등 실사 이미지를 디지털 프린트한 제품, 니트나
스터드 등 문양을 컬러감이 있는 그래픽 이미지로 담아낸 제품. 영화 속 영원한
소년, 스테판처럼 현실에서 꿈꾸길 좋아하는 몽상가라면 ‘인투 스페이스’나
‘리저리 애프터눈’을, 감각파 그래픽디자이너라면 ‘레귤러 스터드’나 ‘파스텔
폴카’ 제품을 추천한다. 봄을 맞아 기분전환용 인테리어가 필요한 사람에게,
누구보다 잠 못 이루는 그대에게. www.sko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