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곱지 않은 시선_통제와 관리의 표상  

디자이너의 곱지 않은 시선_통제와 관리의 표상 품절

0
KRW 0 (KRW 0 할인)

상품 정보
할인금액 총 할인금액 원
(모바일할인금액 원)
적립금

0원(0%)

무통장 결제시 적립금 %

카드 결제시 적립금 %

실시간 계좌이체시 적립금 %

적립금 결제시 적립금 %

휴대폰 결제시 적립금 %

예치금 결제시 적립금 %

에스크로 결제시 적립금 %

가상계좌 결제시 적립금 %

가상계좌 결제시 적립금 %

케이페이 결제시 적립금 %

페이나우 결제시 적립금 %

페이코 결제시 적립금 %

카카오페이 결제시 적립금 %

제휴적립금
배송방법 택배
배송비 KRW 4,000 (KRW 50,000 이상 구매 시 무료)
상품 추가설명 번역정보
상품 옵션
배송
Qty
down up  
상품 목록
상품 정보 가격 삭제
total 0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buy예약주문

 

통제와 관리의 표상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무형의 개념을 이루는 요소는 여럿이다. 그중에서 이미지 요소를 간추려 보자. 차고와 수영장이 딸린 세모난 지붕의 이층집, 활짝 웃는 얼굴로 빵을 굽는 요염한 엄마, 단정한 양복을 입고 일터에서 돌아와 “Honey, I’m home(여보, 나 왔소)”을 외치는 치아가 새하얀 아빠, 개와 뛰노는 남매, 아르누보 스타일로 장식된 우편함, 자동차 2대. 이 모든 것들은 흠집 없이 새파란 앞마당 잔디 위에 얹혀져 있다.

이러한 인공적이고 초현실적인 그림은 바다 건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조차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심지어 이런 멋들어진 집에서 미국인처럼 폼 나게 살고 싶은 기분에 이른바 ‘전원주택’에 입성했다가 교통비, 난방비, 정원 관리비,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지 비용은 둘째치고 매일같이 깜깜한 밤에 퇴근을 하면서 ‘전원’의 푸르름을 감상하며 살겠다는 건 초등학생이 짠 생활 시간표만큼이나 무리한 계획이다. 주말마다 동네 사람들이 누구네 집에 모여 와인을 홀짝이며 다섯 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미국식 미풍양속이 정착되지 않는 이상, 전원주택의 느긋함은 대책 없는 따분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일요일마다 정원의 잔디를 깎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미국 생활이라 할 수 없다. 그건 마치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미국에서 단독주택에 사는 이들에게 잔디 깎기는 법으로 정해진 의무다. 주마다 마당의 잔디 관리를 소홀히 하면 벌금을 물리는 규례가 엄연히 존재한다. 나는 벌금이 무서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잔디를 깎긴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내 집 마당에서 식물이 맘껏 자라게 놔뒀으면 했다. 여름철 온갖 종류의 풀이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벌금을 물면 그 억울함은 어디에 하소연하겠는가. 그렇게 단속을 면하기 위해 나는 구슬땀을 흘리며 3년 동안 잔디를 깎았다.

이웃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마치 정원 관리가 직업인 사람들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서 그러나 보다 싶었다. (물론, 꽃을 심고 울타리를 박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미국인 모두가 정원사의 기질을 타고난 건 아니다. 그들에게 정원의 잔디를 가꾸는 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는 어떤 상징적인 활동에 속한다. 잔디가 새파랗고 짧을수록 여유 있고 부지런한 중산층의 미덕을 실천하는 가족으로 인정받는다. ‘앞치마를 두른 엄마와 넥타이를 맨 아빠가 인자한 표정을 짓고 마당에서 개와 뛰노는 남매를 바라보는 행복한 집’이라는 장황한 메시지가 짧고 푸른 잔디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화목한 가정, 유복한 집이라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교외에 거주하는 중산층 미국인들은 요란한 경쟁을 펼친다. 잔디를 깎는 일이 보기보다 근력을 많이 요하는 작업이다 보니, 보통 그 집안의 남자가 중책을 맡는다. 기계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잔디 깎는 기계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동네 남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잔디 깎기 기계를 보유했느냐에 대한 미묘한 승부욕이 발생한다. 남자들은 정원에 서서 비료와 스프링쿨러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온갖 화학약품을 살포해서 빽빽하게 기른 잔디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짧게 잘라 놓고는 옆집 정원과 비교하며 흡족해한다. “이 정도면 내가 이겼어.”

나는 잔디를 깎을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으며 쉬거나 아이들과 놀아 주는 게 좋은 가정을 이루는 데 더 보탬이 된다고 믿는다. 개중에는 정원 관리를 취미로 삼는 이들도 있다. 잡초가 돋는 모습을 참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동기는 중요치 않다. 미국인에게 마당의 잔디는 관리와 통제의 표상이다. 이 집 사람들은 주말에 정원을 가꿀 정도의 여유가 있고, 유흥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건실하다는 표면적 증거다. 물론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만약 남편이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야 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 정원사를 고용해서라도 파란 잔디를 유지할 것이다. 모든 가정에는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속사정을 이웃에게 내비칠 필요는 없다. 우리 집안의 모든 상황은 통제되고 있으며, 우리 가족은 모두가 따르는 상식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 속에는 나 같은 사람도 하나씩 섞여 있다. 말이 어눌한 외국인인 데다가 정원 관리도 허술하다. 이웃들은 우리 집을 보며 “저런 사람도 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 가족을 신경 쓰고 배려한다. 집에서 구운 과자를 손에 들고 문을 두드린다. 요즘 코리아의 날씨는 어떠냐고 물어본다. 영어를 참 잘 한다고 칭찬해 준다. 나와 아내는 ‘타향살이라서 외로운데 당신 같은 이웃이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된다’는 표정을 짓고 그들의 말에 대꾸한다. 이렇듯 백인 가정이 모여 사는 동네에 동양인 가족 하나 정도가 양념처럼 끼워져 있으면 모양새가 한결 그럴듯해진다. 그들의 너그러운 포용력은 모범적인 지역사회의 모습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 역시 정원 잔디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바라는 통제와 관리의 표상이 되는 셈이다.

 

 

상품 상세 정보
디자이너의 곱지 않은 시선_통제와 관리의 표상
수량 수량증가수량감소

review

게시물이 없습니다

Q & A

게시물이 없습니다

shipping, exchange, return guide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상품은 입금 확인후 배송해 드립니다. 다만, 상품종류에 따라서 상품의 배송이 다소 지연될 수 있습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상품을 공급 받으신 날로부터 7일이내

  단, 포장을 개봉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가치가 상실된 경우에는 교환/반품이 불가능합니다.
- 공급받으신 상품 및 용역의 내용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공급받은 날로부터 3월이내, 그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0일이내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고객님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 상품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
- 포장을 개봉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가치가 상실된 경우
- 고객님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상품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복제가 가능한 상품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자세한 내용은 고객만족센터 1:1 E-MAIL상담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고객님의 마음이 바뀌어 교환, 반품을 하실 경우 상품반송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policy agreement guide Pc ver.
  • COMPANY : 지콜론   OWNER : 이준경   MANAGER : 김아영
  • TEL : 031-955-4955   EMAIL : gcolon.sot@gmail.com
  • BUSINESS / ONLINE PERMIT NO : 141-04-10919, 2010-경기파주-2610 [CHECK]
  • ADDRESS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42, 3층
  • COPYRIGHT © 2010 지콜론북. ALL RIGHTS RESERVED. HOSTING BY CAFE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