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스터 그리고 사람들
영화의 첫인상을 만드는 스튜디오 이야기
글. 이원희
인터뷰이. 오시마 이데아 Oshima Idea
정리. 김아영
디자이너의 생각이 방해될 때
누군가의 이름을 지어야 할 때 대부분 염원을 담을 것이다. 일본의 그래픽 디자이너 오시마 이데아의 이름을
지은 사람은 그의 아버지다. 이름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이념을 담았다. 오시마 이데아가
이름의 의미를 자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그 의미가 주는 웅장함에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한다. 오히려 이름에 끌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 Oshima Idea
짧은 단편부터 긴 장편까지. 몇 분 그리고 몇 시간의 이야기를 한 장의 포스터에 응축시키는데 필요한 것은
디자이너의 판단이다. 방향을 정하는 것. 단, 거센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상황에 따라 디자이너의 개성보다
영화의 특징을 잘 잡는 것 역시 중요하다. 창작에 가깝다고 느꼈던 작업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때
디자이너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작업을 할까.
오세마 이데아
창작보다는 번역에 가까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성격에 따라 디자인의 방향을 극단적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 디자이너의 생각은 방해가 될 때도 있습니다. 저 자신의 독창성과 정체성은
최대한 나타내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그런데도 타인이 저의 제작물을 보고 어떤 작품의 특성을 발견하더라도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이라고 생각해요. 최선의 포스터는 포스터를 계기로 영화관에 누군가를 오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중략)
ⓒ Oshima Idea 수영장, 2009 메인포스터
ⓒ Oshima Idea 컨텍트, 2016 영화 팜플렛 / Publisher: Toho Co.,Ltd
영화 포스터 디자이너는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자주, 많이, 객관적으로 영화를 들여다본다. 큰 스크린과 완벽한
음향시설이 갖춰진 극장 의자에 편히 앉아 본다는 것은 사치일 테지만 말이다. 때로는 번역 작업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거나 화질이 낮은 영상으로 봐야 할 때도 있으니까. 그래도 그들은 영화를 사랑한다. 영화의 민낯을 수없이 봐왔겠지만,
누구보다 영화광이다. 이유를 물으면 싱거운 대답만 돌아온다. 좋은 영화를 만나는 게 좋으니까.
오시마 이데아
제 작업을 장르에 빗대자면, 물론 오래전부터 계속해온 일이지만, 아직 어떤 장르인지조차 알 수 없는 초반의
오프닝 제목 부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보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공포인데요. 아직 한 번도 해본 적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영화 외의 일도 많지만, 영화 작업만큼은 언제나 계속할 것입니다.
(중략)
ⓒ Oshima Idea 카산드라 드림, 2007 영화 팜플렛
- 책 『영화, 포스터 그리고 사람들』 중에서
오시마 이데아 인터뷰 전문과 다른 스튜디오의 인터뷰는 책 『영화, 포스터 그리고 사람들』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자소개
이원희
질문하는 사람. 잡지사 어시스턴트를 계기로 잡지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현재 《AVEC》 매거진을 만들고 있다. 가장 외로운 일, 즉 상대의 마음을 헤아려 질문하고 받아 적는 일을 한다.
꼭 답을 듣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한 답을 얻을 때가 더 많다. 지금은 봐야 할 영화가 밀려 있어
마음이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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